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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용서해줘,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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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찬일안드레아
댓글 0건 조회 174회 작성일 25-05-1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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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일

사도14,21-27;묵시 21, 1- 5;요한 13,31-33.34-35

 

      미안해, 용서해줘, 그리고 사랑해

 

   어느 교우가 어느 날 친하게 지내고 있는 비신자 이웃을 자기 집으로 초대해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에게 성당에 함께 다니자고 밤늦게도록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설득을 하지 못했고, 그 교우는 결국 입교 권면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꿈에 하느님께서 그 교우에게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얘야, 나는 그 사람을 무려 50년이나 기다려왔다. 그런데 너는 고작 하룻 저녁에 포기한단 말이냐?”


   형제자매 여러분, 오는 6 22()단축 집중 교리반이 개설되죠그래서 비신자 배우자와 자녀, 70세 이상 어르신 이웃을 위해 기도하면서 입교 권면을 하고 있을 텐데, 얼마나 어렵습니까? 하지만 우리에게 아직 40여일이나 남아 있지 않습니까?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습니까?


   우리 본당 주보 성인은 누구죠? 그렇습니다.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1873-1897)인데, 어제 517일은 성녀가 된 날이고, 올해 시성 100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소화 데레사성녀는 열 다섯 살에 봉쇄 수도회 가르멜에 입회한 후, 스물 네 살의 짧은 생애를 마칠 때까지 세상과 단절한 채 생활하였습니다. 그런데 성녀가 어떻게 각 나라에서 전교활동을 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수호성인이 되었을까요?


   그렇습니다. 세상에 나와 전교활동은 하지 못했지만 수도원에서 선교사들을 위해 열심으로 기도하였기 때문입니다.


   소화 데레사 성녀는 이렇게 말씀하였습니다. “저의 모든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은 기도와 희생입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제게 주신 무패의 무기들입니다. 나의 무기, 기도와 희생은 말보다 사람을 휠씬 더 감동시킬 수 있습니다.”


   다음은, 비신자 친구와 천주교 신자가 된 친구가 서로 나눈 대화 내용인데, 한번 들어보기 바랍니다.


   그래, 자네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며?” “그렇다네.” “그럼, 예수님에 관해 좀 알겠군. 어디 좀 들어 보세. 그는 어디서 태어났나?” “모르겠는 걸.” “죽을 때 나이는 몇 살이었지?” “모르겠네.” “예수님의 말씀이나, 그가 행한 기적 가운데 기억나는 것이 있나?” “없네.” “아니, 크리스챤이 됐다면서 정작 그리스도에 관해 전혀 아는 게 없잖아.”


   그래, 자네 말이 맞네. 아닌 게 아니라 난 아는 게 없어 부끄럽구먼. 하지만 이것만은 알고 있지. 3년 전, 난 주정뱅이였고, 빚을 많이 지고 있었지. 그래서 내 가족이 큰 고통을 겪어야만 했지.


   그런데 세례를 받고서 난 술을 끊었고, 열심으로 일해서 빚도 거의 다 갚아가네. 그래서 이제 우리 집은 화목한 가정이 되었지. 이게 모두 예수님께서 나에게 이루어 주신 걸세. 이만큼은 나도 예수님에 대해 알고 있다네.”


   어떻습니까? 형제자매 여러분, 전교는 이렇게 지식 보다는 나의 생활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 습니까? 그렇습니다. 나의 신앙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 이것이 전교가 아니겠습니까?


   어느 날 남편이 혼자서 주일 미사에 참례하고 왔는데, 그날부터 남편이 확 달라졌습니다. 평소와는 달 리 일찍 퇴근해 쓰레기를 분리해서 배출하고, 설거지도 도와주고, 어깨와 다리도 주물러 주고, 치맥을 시켜 놓고는 힘든 일이 없느냐고 물어보는 등등


    이렇게 확 달라진 남편을 보고 기분이 흡족해 진 아내는 남편에게 , 요즘 웬일이냐?”라고 물어보아도 대답은 들을 수는 없었지만, 곰곰이 생각한 결과, 아내는 남편이 지난 주일 강론을 듣고 변화한 것이라고 확신하였습니다.


   그래서 신부님을 찾아가 고마움을 전하면서 물어보았습니다. “신부님, 지난 주일 강론, 참 좋았다죠? ‘아내를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내용이었나요?” 그러자 그 신부님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이렇게 말하더라는 겁니. “아닌데요. ‘원수를 사랑하라는 강론이었는데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그럼, 사랑이 뭡니까? 사랑은 한자로 풀이해보면, 생각 ’()와 헤아’()의 합성어로, 따라서 사랑은 상대방을 생각하고 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런데 나는 얼마나 배우자와 자녀를 생각하고 헤아리고 있습니까?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육십이 휠씬 넘은 부부가 성격차이로 이혼하였습니다. 그 부부는 그날 마지막으로 함께 잘 다니던 옛날 통닭집에 갔습니다. 생맥주와 함께 통닭이 나오자, 남편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 날개를 잘 뜯어서 아내에게 권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내는 기분이 몹시 상한 표정으로 마구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지난 삼십 년간을 당신은 늘 그래 왔는데, 이혼한 날까지도 그러다니. 난 닭다리를 좋아한단 말이야. 내가 어떤 부위를 좋아하는지 당신은 여지껏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어. 당신은 참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이야.”


   아내의 이런 반응에 깜짝 놀란 남편이 말했습니다. “날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야. 나는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삼십 년간 꾹 참고 항상 당신에게 먼저 건네준 건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이혼한 날까지.”


   이렇게 서로에게 화가 난 부부는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각자의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집에 도착한 남편은 아내가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정말 나는 한 번도 아내에게 어떤 부위를 좋아하는지 물어본 적이 없었구나. 그저 내가 좋아하는 부위를 주면 좋아할 거니 생각하고 떼어주었는데, 항상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아내에게 섭섭해 했구나. 돌이켜보니 내가 잘못한 것 같아. 나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데, 사과라도 해서 아내의 마음이나 풀어 주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아직 화가 덜 풀려는 지 전화를 받지 않았고, 또 다시 전화가 왔지만 이번에는 아예 전화를 꺼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난 아내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삼십 년 동안 남편이 날개를 좋아하는 줄 몰랐네. 자기가 좋아하는 부위를 나에게 먼저 떼어내 건넸는데, 그 마음을 모르고 나는 뾰로퉁한 얼굴만 보여주었으니, 얼마나 섭섭했을까? 나에게 그렇게 마음을 써주는 줄은 몰랐구나. 아직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헤어지긴 했지만 늦기 전에 사과라도 해서 섭섭했던 마음이나 풀어 주어야겠다.’


   그래서 아내가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내가 전화를 안 받아서 화가 났나.’ 생각하고 있는데, 낯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남편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뜻밖의 이런 비보를 듣고 황급히 아내는 남편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남편은 편안히 누워 있었는데,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그 핸드폰을 열어보았더니, 남편이 자기에게 보내려고 적어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여보, 미안해, 용서해줘, 그리고 사랑해.” (2025.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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