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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역경과 고난을 겪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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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찬일안드레아
댓글 0건 조회 203회 작성일 25-06-2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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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대축일(교황 주일)

사도 12,1-11;2티모 4,6-8.17-18;마태16,13-19

 

        삶의 역경과 고난을 겪을 때

 

   어느덧 6예수성심성월’, 하루 남았습니다. 지난 금요일 예수 성심 대축일에 성당 마당 예수 성심상 앞에서 교우들과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고 미사를 봉헌하였는데, 참 은혜로운 저녁이었습니다.

 

   오늘 미사 후에 예수성심성월을 마감하면서 예수 성심상에 들러 잠시 기도하고 귀가하면 어떻겠습니까?

 

   예수 성심상 동굴에 주황빛 능소화가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얼마나 예쁘고 아름다운지요? 그런데 능소화는 이런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옛날 어느 궁궐에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는데, 임금의 사랑을 받게 돼 궁궐 어느 한 곳에 처소가 마련됐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고 소화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여 임금이 찾아올까 싶어 담장을 서성거리고 담 너머로 하염없는 눈길을 보내며 애만 태우던 어느 날, 기다림에 지친 소화는 결국 상사병에 걸려 쓸쓸히 죽어갔습니다.

   그 후 소화의 처소를 둘러친 담을 덮으며 주황빛 꽃이 곱게 피어났는데, 이 꽃이 바로 능소화(凌霄花)입니다. 그래서 꽃말이 기다림, 그리움입니다.

 

   ‘능가할 능(), 하늘 소(), 능소화는 한 여름 내내 무더위와, 장마와 태풍을 견디어 내며 하늘을 향하여 기재 넘치게 피어 오르다 가도 땅을 향해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어 피어납니다.

   이렇게 무성한 덩굴 가지에서 강인하면서도 겸손하게 피고 지기를 거듭하는 능소화, 그 품격을 나의 신앙으로 본받고자 합니다.

 

   능소화가 지는 모습을 보면, 미련 없이 떨어집니다. 꽃잎 하나 하나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송이채 떨어집니다. 그 큼직한 붉은 통꽃이 한 번에 툭 하고 떨어져 나뒹굽니다.

   이렇게 시들어 초라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가장 찬란한 순간에 명예롭게 떨어지는 능소화의 품격을 나의 신앙으로 본받고자 합니다.

 

   낙화(洛花), 잘 피어나는 것만큼 잘 지는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나의 생애를 진심으로 살아왔다면, 그 마무리도 잘 해야겠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 하느님 나라로 올라 갈 때, 능소화처럼 나의 신앙이 아름다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늘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입니다. 이태리 로마 베드로 대성전에 가보면 지붕 난간에 많은 동상들이 서 있습니다. 그 가운데 베드로 사도는 천국의 열쇠를 쥐고 있고, 바오로 사도는 진리의 칼을 들고 있습니다.

 

   베드로 대성전은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졌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순교할 때 예수님처럼 십자가형에 처해졌지만, 십자가에 거꾸로 못 박혀 죽지 않았습니까? 바오로 사도는 참수 되었는데, 로마 근처 처형 장소를 레 폰타네(Tre Pontane)’라고 합니다. 참수된 바오로 사도의 머리가 땅에 세 번 튀었고 그 자리마다 샘물이 솟아났다고 해서 말입니다.

 

   오늘 우리는 미사 감사송에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베드로는 신앙 고백의 모범이 되고, 바오로는 신앙의 내용을 밝히 깨우쳐 주었으며, 베드로는 이스라엘의 남은 후손들로 첫 교회를 세우고, 오로는 이민족들의 스승이 되었나이다.

   두 사도는 이렇듯 서로 다른 방법으로, 모든 민족들을 그리스도의 한 가족으로 모아, 함께 그리스도인들의 존경을 받으며, 같은 승리의 월계관으로 결합되었나이다.”

 

   이렇게 교회를 위해서 위대한 일들을 함으로써 우리의 존경을 받고 있지만,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에게도 신앙의 오점(汚點)이 있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을 배반하였(마태 26,69-75 참조),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을 박해한 적이 있질 않습니까?(사도 9, 1-19 참조)

   그럼에도 예수님께서 그들을 용서해주심으로써 베드로 사도는 참회하, 바오로 사도는 회심하지 않았습니까?

 

   따라서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역시 예수님을 배반하거나 박해하고 있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보고, 나의 잘못된 신앙생활로부터 회심, 참회함으로써 우리나라와 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보다 더 은혜로운 신앙생활을 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를 보면, 헤로데는 교회를 박해하면서 베드로를 감옥에 가둡니다. 쇠사슬에 묶인 채 감옥에 있던 베드로 사도는 주님의 천사에 의해 기적적으로 풀려나면서 이렇게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이제야 참으로 알았습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천사를 보내시어 헤로데의 손에서, 나를 빼내어 주셨습니다.”

 

   또 오늘 제2독서를 보면, 바오로 사도는 이 세상을 떠날 때가 다가온 것을 알고서 이렇게 말씀하였습니다.  

   주님께서는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굳세게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나는 사자의 입에서 구출되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앞으로도 나를 모든 악행에서 구출하시고, 하늘에 있는 당신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게 구원해 주실 것입니다.”

 

   이렇게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는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겪었지만, 예수님께서 그들을 헤로데의 손에서 빼내어 주셨고, 사자의 입에서 구출해주지 않으셨습니까?

 

   따라서 우리 역시 삶의 역경과 고난을 겪을 때,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처럼 신앙 안에서 예수님과 함께 극복하고자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또한 교황주일입니다. 우리 교회의 새로운 일, 레오 14세 교황께서 올바른 말씀과 행동으로 전세계 교회를 잘 이끌어 나가실 수 있도록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고, 교황님의 사목활동에 협력해야 하겠습니다. (2025.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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