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마나 크신 하느님의 선물, 은총입니까? > 강론

본문 바로가기

믿음과 영성

강론

이 얼마나 크신 하느님의 선물, 은총입니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이찬일안드레아
댓글 0건 조회 123회 작성일 25-05-17 20:13

본문

주님 성탄 대축일(밤미사) 이사 9,1-6;티토 2,11-14; 루카2,1-14

 

      이 얼마나 크신 하느님의 선물, 은총입니까?

 

   메리 크리스마스!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 성탄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길 바랍니다. 특별히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주님 성탄의 사랑과 축복이 충만하게 내리시고, 작금의 우리나라의 혼란이 하루속히 종식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어느 시골 성당에 다니는, 한 할머니가 성탄절 아침 일찍 보자기를 들고 서둘러 성당에 왔습니다. 성당 마당 마구간에 안치되어 있는 아기 예수님께 동방박사들처럼 제일먼저 경배를 드리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아기 예수상이 사라진 것입니다.


   혹시 성당 관리인이 간밤에 아기 예수님께서 추우실까봐 다른 장소로 옮겨 놓은 것이 아닐까?’ 싶어 관리인에게 연락해보았지만, 관리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고, 그래서 사무장이 사목위원들과 신부님, 수녀님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함께 성당 구석구석을 찾아보았지만 아기 예수상을 찾아 내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성당 앞 저쪽 공터에서 한 아이가 아까부터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웬일인가싶어 신부님이 그 아이를 유심히 쳐다보니, 그 아이가 타고 있는 자전거 뒤에 뭔가가 포대기에 싸여 묶여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그 아이에게 다가가 보니, 자전거 뒤에 아기 예수상이 포대기에 묶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화들짝 놀란 신부님이 그 아이를 세워 놓고 물어 보았습니다. “애야, , 아기 예수상을 묶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거니? 아기 예수님을 찾느라 모두들 야단법석인데.” 그러자 그 아이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이렇게 말하더라는 것입니다.


   신부님, 죄송합니다. 오늘 아침에 이 자전거를 아버지로부터 성탄절 선물로 받았는데요. 그래서 제가 대림절 동안 열심히 기도하면서 예수님, 제 기도를 들어주시면 예수님을 제일 먼저 자전거에 태워드리겠다.’고 약속을 해서, 이렇게 지금 그 약속을 지키고 있는 중입니다.”


   이 얼마나 천진난만한 어린이입니까? 그 아이처럼 우리 역시 주님의 성탄을 기다리면서 뭔가를 기대하며 정성껏 기도하였을 텐데, 그 기도가 이루어졌습니까? 나의 간청이 이루어졌다면 하느님께 감사드려야 하겠고, 직 성취되지 않았다면 믿음을 갖고 조금만 더 기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사실 오늘 성탄절, 이 밤에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엄청난 성탄 선물을 주셨습니다. 그 선물이 뭐냐고요? 그럼, 오늘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선사 받은 선물, 은총은 무엇이겠습니까?


   옛날에 어느 왕이 가난한 마을에 사는 하녀를 무척 사랑하게 되었습니. 신분상의 엄청난 차이가 있음에도 왕은 그 하녀와 혼인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왕의 권한으로 얼마든지 그 하녀를 아내로 삼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왕은 자기가 그 하녀를 사랑하는 만큼 그 하녀도 자신을 사랑해주기를 원했습니다.


   만일 왕이 그 하녀를 강제로 궁궐로 데려와 아내로 삼으면, 겉으로는 왕의 아내가 되겠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왕의 비천한 하녀로 계속 남아 있지 않겠습니까? 이같은 고민을 하다가 왕은 사랑하는 하녀에게 온전한 자유를 주려고 그녀와 똑같은 신분이 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왕좌와 왕관을 버리고 궁궐에서 나와 비천한 신분이 되어 하녀에게 가서 청혼을 하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였습니다.(‘왕과 하녀’, 키에르케고르 참조)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입니까? 이렇게 동화 같은 이야기가 오늘 성탄, 이 밤에 실현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당신의 왕권을 버리고 사람이 되셔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하느님의 은총입니까?


   오늘 복음에서 주님의 천사가 목자들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이렇게 구세주께서 오늘 이 밤에 당신의 백성을 위해서 자신의 권능을 버리시고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계시지 않으십니까?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의 죄를 용서해주시고, 삶의 고통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 주시기 위해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이 얼마나 크신 하느님의 은총입니까? 죽음에서 나를 부활시켜 주시기 위해서 구유에 누워 계십니다. 이보다 더 크신 하느님의 선물, 은총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형제자매 여러분,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필리 4,4)


   서두에 말씀드린, 어느 시골 성당에서 일어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 그 성당 신부님이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기 예수님을 자전거에 태워준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면서 얘야, 이제 아기 예수님께 충분히 자전거를 태워 드렸으니, 이제 그만 마구간으로 돌려 보내 드리자.”고 말하자, 그 아이가 아기 예수상을 구유에 안치해 놓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자 그 할머니가 마구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서 가지고 온 보자기를 풀더니, 뭔가 꺼내 아기 예수님께 바치는 것이 아닙니까? 그것이 무엇이었을까요? 할머니가 대림절 동안 정성껏 만든 아기 예수님의 배냇저고리와 기저귀, 그리고 분유 한통과 미역 한 꾸러미 이었습니다.


   어떻습니까? 그 할머니가 아기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를 위해서 준비한 선물, 어떻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아기 예수님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서 봉헌하고자 합니까?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제1독서의 말씀대로, 아기 예수님께서 용맹한 하느님, 영원한 아버지, 평화의 군왕으로 태어나셨습니다. 그분의 왕국은 강대하고 그 평화는 끝이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기 예수님은 이제부터 영원까지 공정과 정의로 그분의 왕국을 굳게 세우고 지켜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제2독서의 말씀대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시어,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해방하시고 또 깨끗하게 하시어, 선행에 열성을 기울이는 당신 소유의 백성이 되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우리 주변에 고통받고 있는 하느님의 백성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따라서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이 아기 예수님처럼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을 버리고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행복, 특히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성심껏 봉사하기를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도 아기 예수님처럼 탐욕과 이기심, 무관심을 내려놓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배려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보다 더 공정하고 정의로워질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형제자매 여러분, 구세주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함께 기뻐하면서 다시 한번 더 축하드립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가득 내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2024.12.2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신당동성당 천주교서울대교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동호로20길 24 천주교 서울대교구 신당동성당
전화 : 02-2237-1784팩스 : 02-2238-1619이메일 : shindang@catholic.or.kr
COPYRIGHT© 천주교 신당동성당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