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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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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88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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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찬일안드레아
댓글 0건 조회 162회 작성일 25-05-1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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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세례 축일 

이사42,1-4.6-7; 사도10,34-38; 루카3,15-16.21-22

                    ‘9988231’

 

   축하해주십시오. 저도 이제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1월 초에 어르신 교통카드를 지급받았고, 보너스로 버스와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매월 4만원을 지급받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우리나라 인구 20%, 65세 이상이 등록한 씨니어 클럽에 가입하였습니다.


   그런데 UN에서는 나이를 이렇게 구분하고 있더군요. 18-65세는 청년, 66-79세는 장년, 80-99세는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 노인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렇게 태초에 하느님께서 우리가 125세까지 살 수 있도록 창조해주지 않으셨습니까?


   창세기를 보면, 아브라함은 아내 사라가 이사악을 낳았을 때, 그의 나이는 백 살이었고(창세21,5), 그 후 75년을 더 살았습니다. (창세25,8) 모세죽을 때 나이가 백스무 살이었으나 눈이 어둡지 않았고 기력도 없지 않았으며”(신명34,7), 그의 후계자 여호수아는 백열 살까지 살았습니다.(24,29)


   현재 우리국민의 평균 수명은 83세로, 84세인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그런데 수명을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으로 구분해 보면, 우리국민의 건강 수명은 68세로, 노후를 15년 동안 질병과 함께 지낸다고 합니다.


   이렇게 노환으로 고생하면서 오래 산다면, 장수가 축복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병환과 싸우는 노후가 아니라 영육간에 건강한 노후가 될 수 있도록 나름 적절한 준비를 해야 하겠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9988231’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다시 벌떡 1어나서, 100세까지 살자는 뜻입니다. , 100세까지 어떻게 하면 영육간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겠습니까?


   며칠 전, 러시아의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1918-2008)의 단편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었는데,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강제 수용소에 갇혀 있던 주인공 이반이 눈을 감은 채 벽에 기대어 있을 때, 동료가 이렇게 조롱합니다. “너 지금 기도하고 있지? 기도한다고 하느님이 감옥에서 너를 빨리 빼줄 지 알아? 웃기지 마라.”

   이에 이반이 이렇게 말합니다. “감옥에서 빨리 빼달라고 기도하는 게 아니야. 나와 함께 감옥에 계셔 달라고 기도하는 거야. 이곳에서 견딜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면 충분히 견딜 수 있거든.”


   그렇습니다. 이반처럼 나의 노년, 나의 생로병사, 나의 영혼과 육체 안 하느님께서 함께 계셔 달라고 기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특히 생계와 자녀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될 때, 거동이 불편해 외롭게 집에만 있어야 할 때, 병상에 몸 저 누워 있을 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기도하면서 나의 생로병사를 하느님과 함께 잘 극복하고, ‘9988231’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의 하느님은 과연 어떠 하신 분입니까? ‘임마누엘이 아니십니까? 임마누엘은 하느님께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입니다.(1,23)


   이렇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느님을 직접 뵙고,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 들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난 월요일에 오서산에 다녀왔는데, 이번 산행은 광천 정암사에서 올랐습니다. 1시간 10분만에 힘겹게 올라선 정상은 안타깝게도 곰탕이었습니다. 온통 사방이 곰탕처럼 짙은 안개로 희뿌였었습니다.

   정상에서 20여분쯤 휴식을 취하는데, 주변의 안개가 갑자기 거치더니, 푸르른 서해안과 내륙의 넓다란 평야가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장관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마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구름과 안개를 거두어 주시어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알려주십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계(啓示)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방, 이렇게 햇빛을 차단하고 있는 커튼을 걷어 젖히면 햇빛을 볼 수 있듯이 하느님께서는 당신과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커튼을 활짝 젖혀 주시는데, 이것이 하느님의 계시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태초에 말씀으로 창조하신 인간을 비롯한 피조물을 통하여 당신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셨고, 신앙의 선조들과 예언자들을 통하여 당신의 계획을 점진적으로 말씀해주셨습니다.


   마침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외아들을 보내주심으로써 당신 자신을 완전히 계시해 주지 않으셨습니까?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9)


   그렇습니다. 성자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으로 인하여 사람이 되시어 당신의 전 생애, 말씀과 행적을 통하여 성부 하느님을 알려주시고 보여주셨습니다.


   아드님은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이십니다.”(1, 3)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를 하실 때, 하늘이 열리며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분 위에 내려오셨고, 하늘에서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입니까? 삼위일체 하느님,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함께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형제자매 여러분, 이렇게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 역시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함께 하셨습니다. 세례를 받고 우리가 성부께서 사랑하시는 자녀,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자녀가 되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성자와 성령과 함께 생활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계시는 성부께서 성자와 성령을 통하여 당신의 창조와 구원의 신비를 우리에게 더 쉽게, 기꺼이 알려주고 계십니.


   그래서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성자와 함께 나의 자유와 지성을 통하여 하느님의 현존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고 있지 않습니까?


   또한 생활 속에서 우리가 성령과 함께 나의 신앙을 통하여 하느님을 보다 더 굳게 믿고, 하느님과 보다 더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나의 노년을, 죽을 때까지 삼위일체 하느님과 함께 ‘9988231’의 삶을 살다가, 마침내 나의 죽음을 통하여 하늘나라에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과 함께 영원히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2025.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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