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제발 복권 좀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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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주일
이사 62,1-5;1코린 12,4-11;요한 2,1-11
얘야, 제발 복권 좀 사라.
남산 둘레 길을 걷다 보면 나처럼 혼자 산책 나온 시각 장애인을 만나곤 하는데, 언젠가 두명의 시각 장애인이 다정스럽게 걸어오는 것이 아닙니까? 남자는 지팡이를 손에 쥐고 여자는 남자의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이렇게 누군가와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걸어본 적이 언제인가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옛날에 소록도 나환자 마을에서 시각 장애인 남편이 양 다리가 없는 아내를 업고 밭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남편을 천천히 안내하고 남편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주며 정성껏 씨를 뿌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부부 상호간의 장애와 부족함을 보완하면서 생활하는 모습, 우리도 서로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몇 년 전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전세계의 부부들에게 다음과 같은 서한(2021.12. 26)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 서한을 잠시 묵상해보겠습니다.
“여러분 가정에 때로 폭풍우가 들이치고 거센 파도에 요동칠 지라도 가족과 함께 꿋꿋이 배를 저어 나아가십시오. 그 배 안에 예수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마시고, 잠자리 들기 전에 매일 간단한 기도를 함께 바쳐 보십시오.
여러분의 배우자가 조금이라도 화가 났다면, 그 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미소를 짓도록 애써 보십시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부탁합니다.’ 여러분의 이 사소한 세 마디 말이 카나 혼인잔치 때처럼 여러분의 가정에 큰 변화, 기적을 일으킬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전례 주년에 따라 우리는 요즘 연중 시기를 지내고 있는데, 연중 시기, 어떻게 생활하고 있습니까? 그럼, 어떻게 생활해야 하겠습니까?
우리는 오늘 제1독서의 말씀대로, 예전에 소박을 맞아 버림받은 여인과 같았는데, 우리가 하느님의 마음에 들어 하느님과 혼인한 여인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신랑과 신부가 결혼하여 한 몸을 이루듯이 하느님께서 나의 신랑이 되시고 나는 하느님의 신부가 되어 하나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정녕 총각이 처녀와 혼인하듯 우리를 지으신 하느님께서 우리와 혼인하셨고, 신랑이 신부로 말미암아 기뻐하듯 하느님께서 우리로 말미암아 기뻐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노부부가 계셨는데, 칠순이 넘으신 남편이 갑자기 뇌출혈로 쓸어져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게 되자, 그런 남편을 위해서 아내는 여태껏, 10여년 동안을 남편의 손과 발이 되어 생활하고 계십니다.
그 아내처럼 우리도 이제는 나의 신랑 하느님의 손발이 되어 우리 가정과 우리 사회를 위해 애쓰는 신부로서 연중 시기를 살아야 하겠습니다.
지난 주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면서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은 아들,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아들로 공적으로 재차 인정을 받으시고, 인류 구원을 위해 공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카나 혼인잔치에서 첫번째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그럼, 왜, 예수님께서 첫 기적을 혼인잔치에서 행하셨을까요? 그 의미를 좀 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성모 마리아와 예수님께서 혼인잔치에 함께 참석하셨는데, 혼인잔치 중에 포도주가 떨어졌습니다. 그만큼 가난했을 신혼부부의 이런 안타까운 사정을 성모 마리아가 예수님께서 알립니다. “포도주가 없구나.”
그런데 예수님께서 뭐라 말씀하셨습니까?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이런 냉혹한 답변에 성모 마리아가 얼마나 당황하였겠습니까? 그럼에도 성모 마리아는 일꾼들에게 말합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어떻습니까? 예수님께 대한 성모 마리아의 이 같은 믿음, 전적인 신뢰가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을 앞당기지 않았습니까?
과연 성모 마리아의 믿음대로, 예수님께서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채워라.” 고 말씀하셨고, 그들이 물독마다 물을 가득 채웠을 때, 예수님께서 일꾼들에게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 하셨고, 그들이 곧 물독을 날라 가자 과방장이 감탄할 만큼 물이 좋은 포도주를 변하지 않았습니까?
혼인잔치에서의 이 같은 기적은, 성모 마리아가 일꾼들에게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고 말한 바대로, 예수님께 대한 성모 마리아의 믿음으로 촉발되었습니다. 또 다른 한편, ‘물독에 물을 채워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일꾼들이 물독에 물을 가득 채웠기 때문에, 그 기적이 완성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의 첫번째 기적이 일어났는데, 그 의미는, 예수님께서 혼인의 고귀함을 일깨워 주시고, 부부가 영육간에 건강하고 자녀가 행복하게 가정 생활할 수 있도록 축복해 주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우리가 부부 생활하면서 성모 마리아처럼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갖고 가정 생활을 해야 하겠습니다.
가정 생활을 하다 보면 뭔가가 부족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그럴 때 기도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나의 절박한 기도에 대한 응답이 없을 때, 나의 기대가 거절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합니까? 그럼에도 성모 마리아처럼 믿음을 갖고 간청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꾼처럼 물독, 나의 가정 안에 좋은 물을 채워 가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나의 가정 안에 어떤 물이 채워져 있습니까? 미움과 절망, 불신과 우울 등이 담겨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나쁜 물은 쏟아 버리고, 대신에 좋은 물, 사랑과 희망, 믿음을 나의 가정 안에 채워 가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예수님께서 우리 가정을 질 좋은 포도주처럼 변화시켜 주시어 우리 가족이 가정에서 보다 행복하고 화목하게 생활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청년이 복권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몇 년 동안을 매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청년의 이런 간절한 기도를, 하느님께서 들어 주어야겠다고 마음을 잡수셨습니다. 그런데 그 청년은 여전히 복권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기도만 계속 할 뿐이었습니다. 이에 보다 못한 하느님께서 그 청년에게 나타나 이렇게 한 마디 하셨습니다. “애야, 너의 소원대로 당첨 시켜줄 테니, 제발 복권을 좀 사라.” (2025.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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