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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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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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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찬일안드레아
댓글 0건 조회 87회 작성일 25-05-1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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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7주일 창세 2,18-24; 히브 2,9-11; 마르10,2-12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가을이 왔습니다. 올 한해 우리가 기도와 봉사로 애써 일군 신앙의 열매를 풍성히 수확해서 그 수확을 가족과 이웃과 나누는, 은혜로운 가을이 되시기 바랍니다.


   10묵주기도 성월을 지내면서 구역과 단체원들이 평일 미사 30분 전에 묵주의 기도를 바치고 있는데, 함께 참여하여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영육간에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거나 남산 둘레길을 걷다 보면, 손에 묵주를 들고 있는 교우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교우들처럼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고 묵주를 손에 쥐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또한 10월은 전교의 달인 만큼, 쉬고 있는 가족과 이웃을 위해 기도를 드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요즘 단체와 구역에서 사물함에 보관해 놓은 물품들을 정리하고, 사목 위원과 직원들이 창고에 적재 해놓은 물품들을 정돈하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 본당 설립 기념 행사는, 오는 9일 수요일 한글날에 10시 미사를 봉헌하고 미사 후에 성당 대청소를 하고자 하오니, 많은 참여바랍니다.


   어느 본당에 있을 때, 씨니어 아카데미에서 학생들과 점심을 함께 하는, 팔순이 넘으신 할머니께서 제 앞에서 식사를 하면서 그 놈의 영감탱, 그 놈의 영감탱이!” 이렇게 갓난아이처럼 웅얼거리시길래, ‘오늘 영감님과 다투셨냐싶어, “왜 그러시냐?” 고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 이유를 말씀해주셨는데, 그 영감탱이가 젊을 때 바람을 피워 할머니 속을 많이 태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영감님, 요즘은 어떠세요? 할머니에게 잘 해주시죠?” 라고 여쭈었더니, 그 할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그 놈의 영감탱이, 십여 년 전, 저 세상으로 갔어.”


   이렇게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오래갑니까? 내가 무심코 한 말이나 행동으로 준 상처 때문에, 그 할머니처럼 나의 배우자가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따라서 부부 간에 서로 주고 받은 상처가 없는지 잘 살펴보고, 아니면 물어봐서 라도, 그 상처를 치유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단독주택에 사는 남편이 어느 날 술에 취해 밤늦게 귀가하였는데, 가족들이 다 잠이 들었는지 집안이 조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그 소리를 따라가보니까, 바깥 창고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그래, 창고 문을 열어보니, 아내가 벽에 못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보고 남편이 아내에게 늦은 밤에 뭐 짓을 하느냐?” 고 버럭 성을 냈습니다. 그런데 벽에 또 다른, 크고 작은 못들이 수많이 박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또 다시아니, 왜 쓸데없이 이렇게 못질을 많이 해 놓았느냐?” 고 고래고래 소리를 쳤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 못들은, 당신이 나에게 상처를 줄 때마다 박아놓은 못들이요. 큰 못은 큰 상처를 받았을 때, 작은 못은 작은 상처를 받았을 때 못박아 놓은 것이요.” 이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란 남편이 벽을 한참을 살펴보더니, 눈물을 흐르면서 아내의 손을 꼭 잡아 주었습니다.


   그 날 이후부터 남편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내와 자녀들에게 참 잘해주었습니다. 몇 달 뒤, 귀가한 남편은 아내가 보이지 않자 찾다가 창고에 가보니, 아내가 못을 뽑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남편이 당신, 뭐하고 있는 것이오?” 라고 묻자, 아내가 말했습니다. “당신이 나와 자녀에게 크게 잘해 줄 때는 큰 못을 뽑고, 작게 잘 할 때는 작은 못을 뽑고 있는 것이요.” 래도 벽에는 못들이 많이 박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아내가 남편을 창고로 데리고 갔습니다. 놀랍게도 벽에 박혀있던 못들이 다 없어졌습니다. 아내가 말했습니다. “제 당신의 모든 잘못을 용서 했소.” 이런 얘기를 들은 남편은 기뻐하며 창고 벽을 만지면서 말했습니다. “여보, 못은 다 없어졌지만 못 자국은 이렇게 여전히 남아 있지 않소. 이 못 자국들이 다 없어질 때까지 내가 당신과 애들 한데 더 잘 하겠소.”


   오늘 제1독서를 보면, 하느님께서 하와를 지으시고 아담에게 데려오시, 아담이 하와를 보고 이렇게 부르짖었습니다.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그렇습니다. 나의 배우자는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배우자의 가슴에 못질을 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이렇듯 부부는 일심동체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배우자의가슴에 못질을 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저는 혼인 미사를 집전하면서 강론을 할 때, 신랑과 신부에게 다음과 같은, 인디언 축시를 들려주는 데, 한번 들어 보겠습니까?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의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이렇듯 혼인의 목적은, 첫째 사랑하는 남녀가 함께 행복하게 생활하기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둘째는 남녀의 부족함을 서로 채워주고, 셋째 사랑의 결실인 자녀를 낳아 잘 기르며 화목한 가정 생활을 하기 위해서 혼인을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나의 혼인 생활은 어떻습니까? 부부관계는 어떻습니까?


   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 뭐라 부릅니까? ‘여보’(如寶)는 무슨 뜻일까요? 한자로 같은’ ‘’()보배’ ‘’(), ‘보배같이 소중하고 귀중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나는 남편으로서 아내를 보배처럼 소중한 사람으로 존중하고 있습니까?


   당신’(當身)은 마땅 ’()과 몸 ’()으로,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바로 내 몸과 같이 소중하고 귀중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나는 아내로서 남편을 내 몸과 같이 귀중한 사람으로 존중하고 있습니까?


   부부 생활을 하면서 말과 행동으로 서로 주고 받은 상처가 어찌 없겠습니까? 따라서 내가 배우자에게 준 상처를 치유해 주어야 합니다. 내가 준 상처 뿐만 아니라 상처의 자국까지 치유해주고자 해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 상처가 배우자에게 남아 있을 것이고, 그 상처가 나의 자녀에게 대물림이 될 것입니다.


   아내 여러분,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교회가 주님께 순종하듯이 모든 일에서 남편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남편 여러분,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교회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것처럼 아내를 사랑하십시오.”(에페 5,21-33 참조) (20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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