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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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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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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당동성당
댓글 1건 조회 42회 작성일 25-11-1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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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말라 3, 19-20;2테살 3, 7-12; 루카 21, 5-19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지난 월요일에 오색에서 대청봉에 올라갔었는데, 날씨가 참 좋아서 파아란 하늘과 푸르는 속초 바다를 감상하고 내려왔습니다. 남산에서는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지만, 설악산은 단풍이 다 떨어져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숲 속 산길 낙엽을 밟으면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이라는, 다음과 같은 시를 잠시 묵상해보았습니다.

   나뭇잎이 떨어집니다. 아슬한 곳에서 내려오는 양 / 하늘 나라 먼 정원이 시든 양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집니다. / 그리하여 밤이 되면 무거운 대지가 온 별들로부터 정적 속에 떨어집니다.

   우리도 모두 떨어집니다. 여기 이 손도 떨어집니다. 그대여 보시라, 른 것들을 / 만상의 떨어지는 것을. / 하지만 그 어느 한 분이 있어 이 낙(落下)를 무한히 다정한 손길로 어루만져 주십니다.”

 

   그렇습니다. 릴케의 시처럼, 만상이 떨어지듯 우리도 모두 떨어집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낙하하는 나를 무한히 다정한 손길로 어루만져 주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때가 가까웠다.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탈무드를 보면, 삶과 죽음을 출항하는 배와 귀향하는 배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들에게 많은 축복을 보냅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이제 막 항해를 떠나는 배처럼 앞으로 어떠한 고난의 길을 걸어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반면 노인들은 오랜 항해를 끝내고 무사히 귀항하는 배처럼 어려운 역경을 뚫고 맡은 바 책임을 완수하고 있음으로써, 노인들에게 진정한 축복과 축하를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노년에는 노화와 병환으로 불안과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록 불안하고 몸은 쇠약해지고, 끊임없이 통증에 시달리겠지만, 이런 고통은 출생할 때의 고통과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태어날 때의 고통을 거부한다면, 어찌 한 생명으로 자라날 수가 있단 말입니까?


   따라서 나의 요람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준비했던 시간과 공간인 것처럼, 노년에 나의 침상과 병상은 하느님의 나라로 들어가기 위한 시공간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말씀대로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고 계신 만큼 두려워하지 말고”(루카12,7),인내로써 영원한 생명을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은 우리가 천국에 간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우리가 오늘 천국에 간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누구나 천국에 가기를 원하지만, 지금 당장 가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나쁜 소식처럼 죽음이 우리에게 도둑처럼 갑자기 다가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죽음을 기억하십시오!(Memento mori!) 매일 죽음이 눈앞에 있음을 명심하고, 현재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살, 죽음을 잘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형제인 죽음이라는 시를 잠시 묵상해 보시겠습니까?

   너는 나를 잊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올 것이다. 그러면 괴로움도 끝나고 사슬도 풀린다. 사랑하는 형제인 죽음이여, 아직은 네가 멀고 서름하게 보이지만 싸늘한 하나의 별이 되어 나의 고난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내게 다가와 활활 불꽃으로 타오를 것이다. 오라, 사랑하는 죽음이여, 나는 여기에 있다. 와서 나를 잡아라, 나는 너의 것이다.”

 

   어떻습니까? 헤르만 헤세처럼 사랑하는 형제인 죽음이 언제 어디에서 찾아오든 나의 죽음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오늘과 내일의 신앙을 보다 더 의미 있게 생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제1독서, 말라기 예언자의 말씀대로, “보라, 화덕처럼 불붙는 날이 온다.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모두 검불이 되리라. 그러나 하느님을 경외하는 이들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라.”

 

   그렇다면 형제자매 여러분, 나는 사후에 어떻게 되겠습니까?

 

   인도 갠지스강 주변에 가면 다음과 같은 노래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코끼리 상아로 장식한 침대를 가진 왕도 언젠가는 화장터에 실려간다. 두개의 대나무 막대기에 실려. 금으로 온몸을 장식하고, 하녀들을 거느린 어여쁜 왕비도 언젠가는 화장터에 실려 간다네. 두개의 대나무 막대기에 실려.

   결국 필요한 것은 두개의 대나무 막대기뿐이라네. 얼굴에는 갠지스 강물 두 방울, 눈은 보리수 이파리로 가리운 채, 몸을 덮은 천 조각 외에는 어떤 값비싼 것도 필요 없다네. 당신이 행한 선한 행위만이 당신을 따라 간다네. 두개의 대나무에 얹혀 화장터로 떠날 때.”

 

   오늘은 세계 가난한 이의 날입니다. 레오 14세 교황께서는 담화문에서 이렇게 말씀하였습니다.

   가장 큰 가난은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비극적인 가난은 영적 관심의 부족, 무엇보다도 하느님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하느님 없이 살아가려는 시도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모든 희망을 하느님께 두십시오. 하느님에 대한 필요를 느끼고, 하느님께서 그 필요를 채워 주시게 하십시오. 하느님 없이는, 우리가 소유하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를 더욱 공허하게 만들 뿐입니다

 

   또한 가난한 이들은 우리의 사랑하는 형제자매이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일은 애덕에 앞서 정의입니다. 따라서 오래된 것이든 새로운 것이든 온갖 형태의 가난을 척결하고, 가난한 이들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들을 지원하고 도와주어야 하겠습니다.”(2025.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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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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